[어디냐고 물으셨지요]
당신 한 마디에 제 가슴이 용수철마냥 튀어 오릅니다 맞지도 않던 시계를 조이고 시덥잖은 지도만 괜히 불었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씩 굳어 가는 믿음이고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튀어 오른 가슴은 그대로만 저 하늘에서 유영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찌도 무심하셨지요 다시 집어 가시더이다 아니 놓지도 않으셨겠지요 놓은 적 없다고 하시겠지요 그러시면 제가 본 것은 헛것이었겠습니다 투명하다고 하셨지요 그러면 제가 제 마음에 가슴에 색안경을 짓이겼나 봅니다 투명한 당신이어서 투명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인데 색안경에 당신이 그득한 사람으로 보이는 탓인가 봅니다 그런데요 투명한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그건 당신 속에 어떤 것도 없다는 말인가요 투명하면 당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여야 할 것인데 저는 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 것인가요 아니겠지요 제 탓이겠지요 당신은 투명히 내어 주셨는데 제 눈에 먼지가 씌어서 놓고 가신 것으로 본 것이겠지요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생각도 않겠습니다 다만 조금만 내어 보여 주시어요 모가지가 비루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보여 주시어요 무참한 대지에서 이 품으로 피워 떨리는 손으로 함뿍 놓아 드릴 테니 가지 마시어요 비바람 떨지는 거리 초라합니다 이마저도 당신 한 마디라면 어찌 이만치 아름답겠습니까 |